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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감상문

크게 휘두르며

초싸이언 2019. 10. 2. 21:55

히구치 아사 저

초싸이언

그 시간을 묶어 둔다는 것은 어떻게 본다면 굉장히 대단한 일이다. 크게 휘두르며 되게 오랜만에 봤는데 내가 중학생 때 시작한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채였다. 내가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착실하게 그 시절의 청춘이라는 향수와 더더욱 멀어져 가는 동안, 그들은 아직 고등학교 1학년의 가을을 맞이한 즈음이다. 다시 정주행을 하는 동안 그 늘어진 시간을 숨 가쁘게 함께 지내는 기분을 느끼면서 괴이함을 느꼈다. 나는 고교시절 소위 말하는 ‘야구 바보’ 소년으로 살아본 적도 없으면서, 겪지 못한 과거의 환영에 휩싸인 것처럼 허구의 세상 옆을 자꾸 배회하게 된다. 그 괴리감에 내가 고교 야구쟁이 일본 학생이 아니었던 나 자신의 삶이 재미없었던 기분이 든다. 이러한 몰입도가 크게 휘두르며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섬세한 세계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주인공과 그 주변인들의 날카로운 감정선이 짜증 나고 버거워서 읽다가 포기하기도 했는데, 그 나이대에서 한 걸음 멀어져서 돌아보니 너무나 당연한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생 시절에 봤을 때는 아베가 정말.. 너무 폭력적이라고 생각해서 싫었고 (ㅋㅋㅋㅋ) 미하시에게 윽박지를 때마다 너무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한창 아베미하 커플링이 유행했을 때도 아베가 강압적인 캐릭터라 그 관계성이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나름 나이를 먹고 봤을 때는 아베도 역시 고등학생이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또한 미하시를 통해 성장하는 캐릭터였고, 그래서 아베의 부상으로 인해 함께 동료들의 아침밥을 만드는 에피소드가 굉장히 좋았다(다만 그 과정에서 치요 캐릭터가 갑자기 부각되었다가 또 갑자기 사라진 느낌이라 슬펐다).

 

크게 휘두르며는 감정 묘사가 매우 많은 것이 특징이다. 나는 이러한 특징이 작품 속의 야구 시합 에피소드가 더욱 재미있을 수 있기도 하며, 오히려 재미가 없을 수도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초반의 크게 휘두르며 야구 시합 장면들은 굉장히 재미있게 본 편인데, 후반부(현재 연재가 되고 있는 28-30권 즈음)의 야구 시합은 재미가 다소 떨어졌다고 느꼈다. 26권인가 27권 즈음에 타지마의 집을 방문하면서 니시우라 친구들의, 특히 아베와 미하시의 관계가 변화하는 포인트를 짚고 넘어가게 되는데, 그런 식의 주인공 캐릭터들 간의 관계에 집중해서 보게 되면서 즐거움을 느끼다가 다시 시합으로 넘어가서 맥이 빠져버린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 고딩들의 바보 같을 만큼 귀여운 관계성(중요..)에 집중하고 싶은데 시합 속에서 튀어나온 다른 학교 학생들의 감정선이 정말 궁금하지 않았다. 물론 그것 또한 매력일 수 있지만 한창 니시우라 학생들의 감정선을 잡아내다가 삼천포로 빠진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애초에 미하시 캐릭터가 중학교 트라우마를 강하게 안고 있는 만큼 갈등이 천천히 해소될 수밖에 없지만, 26-28권이 절정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그 이후 흐름이 심하게 궁금했고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학교 애들의 관계성을 보는 것이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타 학교들과 함께 합숙하는 것을 보는 건 재미있었다(물론 스포츠물에서 합숙은 가장 큰 빅 이벤트라서 재미없을 수가 없었다).

 

어찌 되었건, 만화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속도감으로 간다면 평생 동안 이들의 청춘 여행에 합류하는 기분으로 스스로를 고등학생에 빙의해서 살아갈 수 있을 거 같다. ^..^

 

 

 

by.송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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